귀곡사 (曲四)와 바둑의 중국 룰 한일 룰

일명 패후마(覇後馬)인 귀곡사의 대표적 형태로 백이 흑대마를 잡기 위해 빨간 점에 두면 최종적으로 귀쪽에 꺾어진 4집(曲四宮)을 갖게 되는 흑대마의 형태를 말한다. 귀곡사를 둘러싸고있는 백돌이 완생이면 귀곡사는 형태는 패이지만 그 상태로 사망인 것으로 규정하고있다. 바깥쪽 백돌이 미생이면 수상전 또는 패싸움을 해야한다. 빨간 점에 백돌이 이미 놓여있으면 귀곡사 형태이나 사망이 아니고 흑돌이 바깥쪽 공배를 2개 이상 가지고 있으면 완생할 수 있고 공배가 1개 이하면 패가 된다.

바둑 승패를 가리는 룰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골치 아팠던 부분이 아마도 귀곡사였을 것이다. 기력이 어느 정도 되시는 분들은 귀곡사가 사망인 것은 알고 있으나 형태상 패인 귀곡사를 사망으로 규정한 배경을 정확히 알고 계신 분은 적은 것 같다. 귀곡사는 형태상 잡는 측에서는 언제든 패를 걸어 잡을 수 있지만 상대는 속수무책 처분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형태이다.

따라서 이론상으로는 마지막 반집까지 처리하고 자기 집을 메우면서 팻감을 모두 없애고 패를 걸어가면   100% 잡을 수 있다. 그러나  팻감을 없애고 패를 걸어 따내기 위해 자기 집을 메우고 그 과정에서 대국 상대는 몇 개의 사석을 잡을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서는 각자 지은 집에 반상에 살아있는 돌의 수를 합산, 비교하여 승패를 가리는 계가법을 도입하였다. 죽은 돌의 수는 계산하지 않는다. 그러면 팻감을 없애고 귀곡사를 잡기 위해 두는 돌로 집은 줄지만 그만큼 살아있는 돌이 증가하므로 손해 수가 되지 않는다. 대국 상대도 귀곡사가 패로 죽는 과정에서 몇 개의 사석을 잡을 수 있지만 자신의 집과 살아있는 돌의 합산에는 변화가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귀곡사 형태의 돌을 그대로 죽은 것으로 들어내나 팻감을 없애고 패를 걸어 잡아내나 결과는 동일하게 된다.

그러므로 중국 룰에서는 귀곡사는 그대로 사망한 것이므로 "귀곡사는 사망이다."라는 별도 규정이 필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계가법은 많은 살아있는 돌을 일일이 카운트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공정한 계산을 위해 심판의 개입이 필요하며 공배 하나도 한 집과 동일한 가치를 갖게 된다.

바둑은 일본으로 전수되어 꽃을 피우게 되는데 그들은 살아있는 돌을 세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살아있는 돌을 세는 대신 죽은 돌, 즉 잡은 돌로 상대 집을 메우는 계산법이 훨씬 빠르고 편리하므로 이 계가법을 채택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귀곡사를 처리하기 위해 팻감을 없애고 잡으러 가는 것이 손해 수가 되어 승패가 달라질 수도 있는 커다란 문제가 대두되어 "귀곡사는 형태는 패이지만 사망한 것"으로  규정화하여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 결과 중국 룰과 한일 룰의 차이는 살아 있는 돌을 계산하느냐 죽은 돌을 계산하느냐의 차이로 인해 공배가 집이냐 아니냐의 차이만 존재하게 된 것이다.

한 수씩 번갈아 가며 두는 바둑에서 먼저 둔 흑이 마지막 공배를 메우는 경우를 제외하면 살아있는 돌의 수를 집수에 더하여 비교하는 것과 잡은 돌로 상대 집을 메우고 남은 집수를 비교하는 것의 결과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 차이로 중국 룰을 따르는 중국에서 개최되는 세계대회 초창기에 이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기사들이 마지막 반집패를 패로 버티면서 공배를 메워가는 중국 선수에게 한국 룰로는 반집승인데 중국 룰로는 반집패를 당하는 어이없는 경우를 당하여 왜 자신이 패배했는지 몰라 어리둥절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중국 룰로는 마지막 반집패가 남은 상황에서 남은 공배의 수가 짝수이면 공배를 먼저 메우나 반집패를 이으나 동일하지만 남은 공배가 홀수이면 반집패를 패로 버티면서 공배를 먼저 메우고 반집패를 이기면 한집 득을 보게 되는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차이로 세계대회 우승자가 뒤바뀐 적이 있으니 엄청난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

흑이 먼저 두는 댓가로 백에게 주는 덤도 중국은 7.5집 한일은 6.5 집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대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일반 규정은 아니다.

귀곡사를 규정이라는 억지(?)를 동원하여 사망시킨 한일 룰보다 사망일 수밖에 없는 중국 룰이 더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계가의 복잡함 이외에 중국 룰은 또 하나의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집과 살아있는 돌 수의 합산으로 비교하다 보니 그 차가 항상 홀수라는 점이다. 반상에 있는 총 361개의 점을 집과 살아있는 돌로 흑백간에 나누어 갖게 되므로 흑백이 각각 차지한 집과 돌 수를 합한 차가 절대로 짝수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6이나 6.5의 덤은 5.5와 같은 결과가 되고 7은 비기는 경우가 생기므로 덤을 5.5 또는 7.5로 할 수밖에 없다. 중국 룰에서 백이 월등히 유리한 줄 알면서도 덤을 7.5로 하고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현존 바둑의 최고수인 알파고는 덤을 6.5로 하고 한일 룰을 적용했을 때, 백의 초기 예상 승률을 52%로 계산하고 시작한다고 하며, 한일 룰로 과거 덤이 5.5이던 시절에는 프로기사들의 실제 대국에서도 흑의 승률이 높았었으나 6.5로 조정한 후부터는 백의 승률이 약간 높게 나오고 있는데도 중국 룰은 무려 7.5집의 덤을 적용할 수밖에 없음으로써 전체적인 백의 승률이 훨씬 높고 중요한 3번기 또는 5번기 대국에서 백번 필승의 경우가 자주 발생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초의 세계바둑대회이자 40만 달러라는 현존 최고의 우승 상금이 걸려있고 4년마다 개최되어 바둑의 올림픽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대만의 응창기배 (, ,  Ying Chang qi) 대회에서는 응씨가 고안한 독특한 계가법을 적용하고 있다. (요즘 한중일에서 개최되는 세계대회의 우승상금은 약 3억원 정도이고 매년 열리니 엄밀히 말하면 응씨배가 최고 상금의 대회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대회 개설 당시에는 파격적으로 큰 금액이었다) 대국 쌍방이 모두 180개의 돌을 가지고 대국을 시작하여 종국후 사석은 버리고 각자 남은 돌로 자기 집을 메운 후 남은 집수로 승패를 결정하는 방식인데 방법만 다를 뿐 원리는 중국 룰과 동일하며 덤도 8집이지만 중국 룰의 특성상 7.5와 동일하다. 장점은 살아있는 돌 수를 세는 번거로움은 없으나 돌을 180개씩 (180개가 아니더라도  정확하게 같은 갯수) 준비해야 하므로 이 또한 일반인들의 바둑에는 적용하기 쉽지 않은 룰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여 어느 룰이 더 발전된 것인지는 각자 판단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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